[금주의 시] 낭만고양이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4/02/07 [09:55]
낭만고양이
적당한 애교로 배부르고 따숩게 지냈어
인간들은 정말 자기가 좋아서 가르렁거리며 옆에 있는 줄 알아
내가 누구인지 궁금했어
혹시 백두산 호랑이는 아니었을까
이제부터는 나를 찾아 나서기로 했어
산이든 바다든 떠나야 해
고심 끝에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남쪽 어느 포구로 왔어
처음에는 인심 좋은 낚시꾼이 던져주는 고기와 자유를 누렸어
더는 애교를 부리지 않아도 되었어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우리는 대가족이 되었어
이제 그들이 던져주는 것만으로는 살 수가 없어
결단이 필요해
갑오징어 잡아서 배를 만들고
떠 다니는 수초를 그물 삼고
방파제에서 본 낚시줄로 그물을 기워
바다로 갈거야
도망치는 고기는 수염으로 제압하고 양펀치로 잡으면 돼
자, 입수 할 시간이야
|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