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노장의 물러남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5/06/18 [10:02]
노장의 물러남
허리를 곧게 세운 장미 한 송이
지나간 봄을 등에 지고
담담히 시들어 간다.
붉은 빛 바래고 꽃잎은 져
몇 잎 남지 않아도
그 자태는 꺾이지 않았다.
이슬에 젖은 잎들 사이
피어났던 날들을 기억하며
끝까지 제 빛을 품고 있다.
꽃은 안다.
시듦 또한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을,
우리는 어떠한가,
늙음을 감추려 애쓰고
주름을 덮는 법만 배우고 있진 않았는가?
오늘 나는
꼿꼿이 머리를 들고 마지막을 향해 가는
한송이 장미꽃을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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