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먼저온 여름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5/06/25 [06:57]
© 그림: 류아녜스수녀 (샬트르성바오로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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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온 여름
장마가 문을 열자
여름의 기억이 밀려들었다.
한낮의 햇살과 소금기 어린 바람이
마음 한편에 파고든다.
비는 쉬임없이 오는데
귀는 지난 여름 바닷가
파도소리를 듣는다.
수박으로 공놀이 하다가
주먹으로 깨뜨려 나눠먹던
그 다디단 기억과 함께 떠오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여름을,
평상 가득 모여앉아
호박 나박나박 썰고 달걀 고명 얹은
국사 한사발 먹던
그날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자매들을
조용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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