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개미왕국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5/07/09 [09:16]

  © 김영애 시인 (오른쪽 풀로 덮인 구멍으로 개미가 들어가고 있었음)

 

 

       개미왕국

 

 

      발끝 아래

      나는 하나의 세계를 내려다본다.

      작은 무덤만한 흙더미 속

      수천의 생명들이 말없이 제 못을 감당하고 있었다.

 

      묻는 이도 말하는 이도 없지만

      그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고

      죽음조차 질서였다.

 

      한 곳으로 이어지는 행렬은 끝이 없었고

      방해물이 있으면 돌아서 갔다.

      거기에는 왕도 있고 일꾼도 있고 병사들도 있었겠지

 

      나는 궁금해진다.

      이렇게 질서있는 속에서도

      혼자 방황하는 개미가 있을까

      혹은 방황조차 이 세계의 일부일까

 

      내가 택한 줄 알았던 삶도

      보이지 않는 설계였던 것은 아닐까

 

      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들도 나를 보고 있었을까

      거대한 신처럼

      혹은 무심한 재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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