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세상 읽기] 매일 위험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 아이들

이상호 | 입력 : 2020/02/07 [09:52]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공동동대표] 지난해 11월 두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조찬 모임을 마치고 아침 8시 20분경 돌아올 때는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등교하던 중학교 남학생 한 명이 땅바닥에서 명함 만한 종이를 몇 개 줍더니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짓고 떠들며 돌려 보았습니다. 주차장을 향해 걷던 나도 본능적으로 그들이 지나간 길바닥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길바닥에는 유흥업소 홍보와 성적 유혹을 끄는 각종 광고지가 가을 숲의 낙엽처럼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 광고지에는 나체에 가까운 여체들이 요염하게 새겨져 있었고 문구 또한 매우 선정적이며 연락처까지 있었습니다. 순간 혼자 말로 ‘저 아이들을 어찌하랴!’ 하며 헛기침을 했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아이들의 성장에 나쁜 환경이 너무 많습니다. 생존권이란 이름으로 넘쳐나는 유해환경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들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위험한 《징검다리》를 건너며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립니다. 지난 12월 10일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보행환경이 안전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징검다리》 하나를 치우기 위한 선언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엔 아이들을 위협하는 《징검다리》가 넘쳐납니다. 

 

         징검다리

 

- 신미균(1955~ )-

 

한 집 건너 호프집 

한 집 건너 노래방 

한 집 건너 모텔 

한 집 건너 비디오방 

 

그 사이 하늘로 

어머니가 새로 사주신 

운동화가 떠내려갑니다 

 

아슬아슬하게 

운동화를 잡으려는데 

기우뚱 

그만 저녁 하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맨발로 가야 하는 집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신미균 『웃는 나무』 서정시학,2007-

 

신미균의 시 《징검다리》는 아이들이 성장에 방해가 되는 오염된 환경의 총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도로 문명화된 도심의 거리는 휘황찬란한 네온 불빛으로 수를 놓습니다. 밤은 화려하고 욕망이 넘쳐납니다. 문명은 인간을 끊임없이 욕망의 숲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문명에서 욕망을 채우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많은 엄마는 생존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새벽 일찍 일터에 나가 밤늦게 돌아옵니다. 그래도 좀 나은 아이들은 학원에서 지내다가 엄마가 올 시간에 학원버스로 집에 갑니다. 그도 저도 어려운 아이들은 상당한 시간을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보내야 합니다. 특히 그런 아이들에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시의 거리가 곳곳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밤만이 아닙니다.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집니다. 그런 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이 건너야 할 위험한 《징검다리》입니다. 

 

밤부터 새벽까지 마셔대어 술 내음이 배어 나오는 호프집, 아직 열기가 식히지 않은 듯한 노래방, 끈끈한 회색 불빛이 남아있는 모텔과 비디오방, 밤새워 게임을 하다가 충혈된 눈으로 청년이 서 있는 퇴색된 게임방 출입문, 이 많은 유해 업소를 지나며 아이들은 아침에 등교하고 저녁에 집에 가야 합니다. 비록 학교 근처가 아니라도 아이들은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에서, 학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런 《징검다리》를 수도 없이 건너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의 《징검다리》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하늘 사이로 어머니가 새로 사주신 운동화가 떠내려갑니다’ 파란 하늘은 어머니의 희망이며 아이의 꿈입니다. 어머니가 새로 사주신 운동화는 어머니와 아이의 깨끗하고 순수한 소망입니다. 혼탁한 욕망의 거리 속의 위험한 《징검다리》 사이로 엄마와 아이들의 소망이 떠내려갑니다.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운동화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기우뚱거립니다. 그런 사이 하루는 지나고 아이들의 소망은 저녁 하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면서 욕망의 꿈을 꿉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소망이 《징검다리》 사이 늪에 빠지고 맙니다. 

 

종일 수많은 《징검다리》를 건너다 어머니가 새로 사준 운동화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맨발로 집에 가야 합니다. 집에 가면 엄마가 실망할지 모릅니다. 아이도 자신에게 실망할지 모릅니다. 엄마의 소망도 아이의 소망도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그저 지친 몸과 마음, 욕망의 늪에 빠진 소망이 아이를 흔들어 댑니다. 그러니 맨발로 가야 하는 집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그래도 우린 내일을 향해 살아가야 합니다. 태어난 삶이기에 삶을 사랑하며 징검다리를 건너며 나름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행동 의지를 키워야 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는 말처럼 애써 《징검다리》를 건너면 탄탄대로가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면 늪에서 피어난 연꽃이 한없이 아름답듯이 시련을 헤치고 자라난 아이는 더욱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 그 뒤에서 어머니는 그런 아이가 그 위험한 《징검다리》를 다 건너 탄탄대로를 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서 있을 것입니다. 

 

밤새워 욕망과 유희를 채운 도시의 거리에 흩날리는 욕망의 찌꺼기들을 아이들이 지나가기 전에 흔적 없이 치울 방법은 없을까요? 오래전에 중국 여행을 할 때 주점이 즐비한 밤거리에서 먹고 거닌 적이 있습니다.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다음 날 새벽 산책을 하며 그 거리에 갔을 때는 ‘언제 그랬냐’ 싶게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의 자화상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린 중국인들을 지저분하다고 하는데 그 거리는 왜 새벽에 깨끗해졌을까요? 꼭두새벽에 청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선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소년 비행과 가출, 거리에서 잠자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씨앗 틔움 공동체 등에 의하면, 2017년 2만 5천 명이 가출 청소년 쉼터를 이용했고 매년 7만여 명이 가출하고 있으며, 25만 명 이상이 길거리를 떠도는데 실제로는 그 몇 배는 될 것이라 합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청소년 가출 원인 통계’에 의하면, 74.8%가 부모님 등 가족과의 갈등으로 가출한다고 하고 있어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보류인 가정이 흔들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 청소년 쉼터 협의회의 조사에 의하면, 13살 이하 가출 청소년의 숙박 장소로 친구와 지인 집이 50%이며, 계단이나 옥상, 지하실, 찜질방 등도 50%대에 달합니다. 가출하는 청소년들도 문제지만 가출하여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염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이 너무 많은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비행 아동의 나이도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치원에서까지 남자 원아가 여자 원아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우리를 경악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상당수는 무너진 가정과 오염된 사회환경 탓입니다. 가정도 일부 부모의 무분별함과 각종 미디어 매체로 인해 오염되었으며, 사회 곳곳도 천박한 상업주의와 정치적 직무유기에 의해 오염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오염된 환경에 물들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이 키우기가 참 힘들다고 합니다. 0.9% 이하로 떨어진 출산율은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고 아이 키우기가 힘든 사회는 미래가 암담해집니다. 모든 것은 아이의 양육과 교육 환경과 직결됩니다. 그것은 출산 장려 지원금 정책이나 교육비 지원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의 한국 사회와 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을 통해 양육과 성장을 위한 총체적인 정화와 혁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압니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땅과 기후를 잘못 만나면 제대로 성장하여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토양의 영양이 고르고 기후가 적당해야 그 씨앗이 가진 속성만큼이나 성장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환경도 이처럼 중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도 농작물처럼 환경에 따라 다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말로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성선설(性善說)로 유명한 맹자(孟子)는 중국의 고대 추나라 사람으로 BC 371년경에 태어났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에 온갖 정성을 다했습니다. 처음에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장례 지내는 놀이만 하여 시장 근처로 이사했더니 상인 행세만 하더랍니다. 그래서 학교 부근으로 이사를 했더니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는 것이었지요. 중국인들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맹자의 어머니는 2천 년 동안 자식 교육의 모범적인 어머니상으로 숭배되어왔습니다. 

 

성경에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의 비유(마태복음 13장 3절~23절)가 있습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귀가 있으면 들으라’고 하면서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가 와서 먹어버렸고,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진 씨는 싹이 나오나 흙이 깊지 않아 해가 돋은 후에 뿌리가 타서 말랐고, 가시떨기 위에 덜어진 씨는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백 배, 육십 배, 삼십 배의 결실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을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에서 사회환경적으로 보면, 아이들 역시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으며 많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도시와 문명은 다양성과 생명력을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립니다. 그렇지 못하고 천박한 상업주의에 함몰될 때 도시와 문명은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제인 제이콥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유강은 옮김, 그린비, 2010)에서 도보와 거리의 안정을 포함한 도시의 공공안전은 일차적으로 사람들 스스로 만들고 집행하는 얽히고설킨 자발적 통제와 규범의 망에 의해 지켜진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자발적 통제와 규범의 망’입니다. 여기서 그녀는 서로 간에 배려와 관심만큼 더 좋은 도시의 환경과 안전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시민들의 생존행위에 대한 성찰과 절제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은 끝이 없기에 그 욕망과 이기심이 배려와 관심, 절제와 성찰을 넘어 세상을 혼탁한 투쟁의 장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력이란 수단을 동원하여 감사와 통제를 강화하지만, 속수무책일 때가 더 많습니다. 지나치게 일탈된 세상에는 정상적이고 문명화된 경찰력을 아무리 투입해도 제대로 된 문명을 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올바른 정치와 정책, 그리고 모든 국민의 각성이 필요합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책임은 우선 중요합니다. 그들이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절제된 권력과 정치력을 통해 다양성과 생명력을 키울 수 있는 시민의 삶과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실질적인 책임 행동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매일매일 위험한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지 모릅니다. 곳곳에 도사린 안전 사각지대와 성희롱, 성폭력의 위험, 주택가까지 침투한 음성적 퇴폐업소, 아이들에게까지 거의 무방비상태인 불량한 인터넷 사이트, 늘어나는 가족 해체와 가정폭력,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아이들 등․하교 길을 꽉 매운 불법 주정차 등 헤아릴 수 없는 요인들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늘어나는 청년실업과 경기 부진, 무너지는 자영업자와 중산층, 늘어가는 극빈층과 고독사, 자존감의 상실과 타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발휘되는 공격성 등은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성찰 없는 문명은 인류를 타락시키고 파괴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성찰이 없는 도시화는 겉으론 화려하지만, 인간의 숨통을 막고 욕망의 소용돌이에서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도시화와 문명에는 성찰이 필요하며 성찰의 중심에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있으며 국민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린이에서 어른에게까지 온전한 삶과 생명을 위협하는 《징검다리》가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지금이 바로 욕망의 절제와 배려의 삶을 향한 도시와 문명에 대한 총체적 성찰이 절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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