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세상 읽기] 뿌려진 《제초제》, 뿌려질 《제초제》를 어찌할까?

이상호 | 입력 : 2020/03/15 [14:53]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공동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공동대표] ‘코로나 19’가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하루가 무섭게 확진자는 늘어나고 서울까지 공략했습니다.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서울을 공략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습니다. 110 개가 넘는 나라들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 19’ 출처였던 중국에서까지 한국인이 홀대당하고 중국 정부까지 한국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종일토록 날아드는 ‘코로나 19 확진자’ 소식은 사람들을 패닉(panic)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어떤 재난이든 장기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두려움과 의심으로 삶의 역동성을 잃고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지금 한국은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국민에게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하여 믿음과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임진왜란으로 전국이 초토화되었을 때 절망에 빠진 조선 백성에게 희망을 준 이순신 장군의 승전보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승전보는커녕 마스크 공급까지 혼란을 거듭하여 불안과 불신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코로나 19’는 그 어떤 무장테러보다 무서운, 베트남 고엽제 이상의 과거의 페스트나 천연두처럼 인류에 대한 엄청난 테러 바이러스입니다. 그런 무서운 테러를 오세영 시인은 《제초제》에 비유했습니다. 

제초제 

-오세영(1942〜 )-

  

오직 한가지 미지칭이 있을 뿐

이념에는 고유명사가 없다. 

논에 가득 자라나는 벼포기처럼 

그러나 꽃밭의 따리아, 분꽃, 봉숭아, 백일홍.... 

사물이 자기의 이름을 갖는다는 건 

비로소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 아니던가. 

사랑을 잃은 자 

이름을 부를 줄 모르는 법. 

다만 하나에 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꽃밭에 제초제를 뿌린다. 

착한 마음씨의 제화공 로드리고. 

성실하고 소심한 우체부 도밍고. 

발랄하고 깜찍한 여대생 이사벨. 

점잖고 말수 적은 회사원 페르난도. 

아, 한순간에 사라진 아또차 역의 그 

아름다운 고유명사들. 

 

-오세영『바이러스로 침투하는 봄』(렌덤하우스중앙, 2006)-

  

오세영 시인은 이 시의 시작 노트에 “2004년 4월 5일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아또차역에서 열차 테러 사건이 발생. 사망자 196명, 부상자 1460명을 내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스페인 정부는 이 테러 조직을 바스크 분리주의자로 규정했으나 며칠 후 아랍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는 범 아랍계 신문 알 쿠드스와 알 아라비를 통해 스페인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주장하였다.”라고 썼습니다. 

 

테러 이념에는 고유명사가 없고 미지칭만 있습니다. 정상적이지 않기에 익명으로 비합법적인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그런데 테러 조직은 세상에 드러날 때 미지칭을 스스로 해제할 때도 있습니다. 마치 알카에다가 자신들을 드러내듯이, 신천지가 ‘모략 전도’나 ‘추수 전도’ 이후에 본색을 드러내듯이 말입니다. 

 

세상에 지칭되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의미를 지닙니다. 논에 가득 자라는 벼포기, 꽃밭의 따리아, 분꽃, 복숭아, 백일홍.. 그 모든 것들은 존재가치가 있기에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이름을 가짐으로 또 존재를 확인합니다. 공개된 이름과 공개된 활동은 그만큼 존재의 객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존재를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개된 이름과 정당성을 갖지 못한 자는 온전한 ‘이름을 부를 줄 모르는 법’입니다. 존재의 정당성을 확립하지 못한 탓이기에 그들은 이름을 숨기고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상에 제초제(테러)를 뿌립니다. 그들은 사랑을 말하나 ‘사랑을 잃은 자’들입니다. 사랑을 잃었기에 목적을 위해 숨은 이름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래서 존재를 숨기고 테러를 계속 자행합니다. 

 

아또착역의 그 엄청난 테러는 한순간에 고귀한 고유명사들을 지워버렸습니다. 고귀한 생명이 죽는 줄도 모르고, 아프다는 외침 한마디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그들은 “착한 마음씨의 제화공 로드리고. 성실하고 소심한 우체부 도밍고. 발랄하고 깜찍한 여대생 이사벨. 점잖고 말수 적은 회사원 페르난도.”와 같은 선량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입니다. 그 안에는 당신과 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인은 그런 테러를 《제초제》에 비유했습니다. 우린 지금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의 위력과 후유증을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고엽제 피해 실상을 눈 아프게 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2세들 중엔 인간의 종(種)으로선 상상도 안 되는 기형아로 탄생하였고 그들은 지금도 아픔 속에 살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미군의 고엽제 살포는 전쟁에서 사용한 그 어떤 포탄보다도 참혹한 테러였습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아는 한 선배는 고엽제 피해자였습니다. 그의 귀한 딸은 고엽제 후유증 장애인으로 태어나 집안에서만 살아갑니다. 미군이 비행기로 고엽제를 뿌리자 병사들 일부는 해충이 달려들지 못하게 한다면서 일부러 나가 맞기도 했답니다. 월맹군 게릴라를 섬멸하기 위해 거대한 정글을 없애겠다고 뿌려 댄 고엽제의 위험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탓이지요. 

 

제초제의 살상력은 대단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초제를 사용해 본 사람은 그 위력을 잘 압니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뿌리는 제초제는 날씨 좋은 날 아침에 뿌립니다. 그래야 낮에 햇볕에 의해 잡초들은 제초제의 성분을 잘 흡수하여 말라죽습니다. 그렇게 뿌려진 제초제의 위력은 이틀이면 확연하게 나타나고 일주일이나 열흘 후면 모두 말라 죽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뿌리고 바로 비가 오면 비에 의해 약 성분이 씻겨져 위력은 반감됩니다. 그래도 제초제가 조금만이라도 묻은 식물은 상당한 시련을 겪거나 죽습니다. 

 

제초제를 뿌릴 때는 분무기 노즐에 갓을 씌우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농작물에 한 방울도 튀지 않게 조심하며 뿌립니다. 만약 농작물에 한 방울이라고 날아가면 그 농작물은 말라죽습니다. 가끔 음독자살하는 사람들이 먹는 농약 대부분이 제초제입니다. 제초제는 극소량이라도 목구멍을 넘기고 조금만 지나면 혈액에 흡수되어 살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넘긴 경우 흡수되기 전에 재빨리 온 내장과 혈액을 세척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목구멍을 넘긴 제초제는 결국 사람을 죽입니다. 테러는 바로 제초제 같은 독약입니다. 바이러스 테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 19’ 같은 바이러스는 제초제가 한 방울도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게 하여야 하듯이 숙주를 철저히 차단하고 죽여야 합니다. 

 

테러에는 폭탄테러 같은 무장테러 외에 무차별 비방이나 위협을 가하는 언어적 테러, 독가스를 활용한 테러, 금융자금 흐름을 막고 삶의 숨통을 조이는 테러, 코로나 19 같은 바이러스 숙주를 확산시키는 무개념의 인간이 저지르는 테러 등이 있습니다. 특히, 특정 종교집단이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가하는 테러는 사람들의 영혼까지 저당잡고 하는 테러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사이비 종교 및 테러 범죄 집단이었던 옴진리교 사건입니다. 그들은 여러 번 끔찍한 테러를 자행했는데 잘 드러나지 않다가 1995년 3월 20일 지하철 3개 노선 5개 편성 전동차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3명의 사망자와 무려 6300명의 부상자 낸 도쿄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으로 세상에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정부와 검찰은 20년이 넘도록 은밀하게 수사하여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체포하고 전향시켰습니다. 그런 일본 정부와 검찰을 보면서 우리도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이상한 종교집단인 오대양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세월호와 관련된 구원파 사건 등 여러 차례 종교집단과 관련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건 이후 우린 과연 일본처럼 그들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사회적, 반 인간적인 면을 밝혀냈을까요?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흐지부지 넘어갔을까요?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8,000명에 달하고 17,940명이 검사 진행에 있으며 67이 사망했습니다. 대구 경북에만 7,095명이 넘었습니다. (2020.3.13. 현재) 서울까지 뚫리고 있는 시점에 정부는 낙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가 더 늘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확산의 중심에는 신천지라는 종교집단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들의 실체가 상당히 은폐되어 있었습니다. 신천지에 의한 피해자 연대가 결성되어 교주를 고발하고 수사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수사가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실체를 당당하게 드러내지 않는 모든 것은 정당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천지는 상당한 문제 종교집단입니다. 이 난국에 자기들을 숨기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행위 또한 국민에 대한 테러입니다.

 

‘코로나 19’로 전국이 위태로운데도 확진자로 밝혀진 신천지 교인들 상당수는 자기들이 신천지임과 동선을 숨겼습니다. 간접 테러입니다. 그 외에도 확진자로 밝혀진 자들이 동선을 숨겨 방역에 실패하게 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시키는 행위, 자가 격리된 자가 이탈하여 사람을 만나므로 전염시키는 행위 등 모두가 비의도적 간접 테러에 속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행위가 테러임을 자각해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자각을 하도록 노력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테러와 닮은 꼴이 있는데도 정부는 초기 파악과 대책에 실패했습니다. 

 

전쟁이든, 테러든, 전염병이든 모든 것에는 사전 징후가 있습니다. 그것을 빨리 알고 대비하는 것은 재난에 대비하는 첩경입니다. 지금 ‘코로나 19’에 대한 대책도 전쟁에 대응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대만은 거의 성공했는데, 우린 초기 예측과 방어부터 실패했습니다.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변수, 초기 확진자에 대한 동선과 경로 파악, 신천지 관련자라는 변수 등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초기 검토와 대책이 미흡했습니다. 그것을 안 지금부터라도 더 철저해야 하는데 지금도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것 같습니다. 

 

테러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철저한 사전 정보 파악과 예방, 정부의 신속․ 정확한 대응, 국민의 절제되고 기민한 행동, 그리고 테러 집단의 일망타진입니다. 과거의 페스트 나 천연두처럼 감염 속도가 엄청난 ‘코로나 19’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한 사전 정보와 경로 파악, 철저한 개인위생과 포괄적 방역, 정부의 일관성 있고 신속 정확한 대책, 절제되고 기민한 국민 행동, 그리고 백신 개발입니다. 창궐하는 전염병에 영구히 대처하는 길은 백신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백신 개발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테러를 종식시킬 수 있는 최후의 전략과 무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대책에 정부는 백신 개발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입니다. 18조 원을 요구하는 추경 예산에 백신 이야기는 안 보입니다, 일부 지자체장이 주장하고 일부 여당 의원이 동의하는 재난 기본소득 51조 원에도 백신은 빠져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정부와 단체장 등 지도자들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모르고 표에만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무장테러든, 독가스 테러든, 언어폭력과 괴롭힘 등의 테러든, ‘코로나 19’ 같은 바이러스 테러든, 모든 테러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한, 테러와 바이러스는 언제나 인류를 급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대비와 대응력을 기르는 일이며, 발생 시에 신속․정확한 대처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 19’에 대하여 중간에 두 차례나 낙관하며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산불 진화에서도 잔여 불씨가 무섭고, 테러 대책에도 잔여 세력이 무섭듯이 ‘코로나 19’도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안심은 금물입니다. 

 

코로나 19의 종식은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과 국민의 지혜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겸허한 마음으로 전문가에게 귀 기울이면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합니다. 모든 감염경로와 가능성을 밝혀내고,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지만 감염 확산의 상당한 기여자인 테러 집단같이 실체를 숨기는 특정 종교집단의 실체를 파악하고 밝혀 선량한 사람들의 영혼을 기만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19’를 종식 시켜야 합니다. 《제초제》 같은 모든 테러가 이 땅에서 종식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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