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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관장 공모제’는 공정한 인사제도일까?

이상호 | 입력 : 2022/04/04 [08:53]

 

▲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대표)     ©뉴스파고

 

[이상호=천안아산경실련 대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든 일의 바르고 효율적인 성취에는 인사가 작용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인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정치에서 인사를 잘못하면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없고, 회사에서 인사를 잘못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진나라가 조기에 망한 것도 십사시(十常侍)들이 들끓었기 때문이며, 이승만 정권 시절 3.15 부정선거가 발생했던 것도, 박정희가 10․26사태를 불러온 것도 인사에서 씨앗이 뿌려졌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의 배후에도 최순실, 우병우 등이 있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신뢰를 잃게 만든 일에도 ‘조국 사태’를 둘러싼 인사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인사는 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신뢰를 얻고 흔들리지 않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공직에선 더욱 그렇다.

 

공직에서 인사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고 자리에 앉혀야 할까? 거기에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의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첫째, 도덕성이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이다. 따라서 국민의 모범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도덕적 흠결이 많은 자를 중요한 자리에 앉히면 시작부터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 도덕성에는 청렴 의식이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둘째, 능력이다. 능력은 인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능력은 그 분야의 임무를 수행할만한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셋째, 혈연, 지연, 정파를 극복하는 인사이다. 공직의 모든 인사가 혈연, 지연, 정파를 넘어서지 못하면 소외된 집단에서 불평과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특정의 세력이 자리를 독차지하게 됨으로써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인사의 시야가 좁아져 능력 있는 자를 고르게 뽑기 어렵게 만들며, 국민 화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시․도지사, 시․도 교육감, 시장 군수 등 단체장에 출마한 일부의 후보들이 자기가 단체장에 당선되면 ‘기관장 공모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치 기관장 공모제가 인사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지방 공직에서 ‘기관장 공모제’ 등 공모제를 강하게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이다. 그들은 정말 오랜만에 정권을 잡아 야심 찬 민주개혁을 주도해 나가려 했다. 지방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지방화 시대도 부르짖었다. 특히 교육계에는 막강한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교원정년 단축, 새 학교 문화 창조 등의 기치를 내걸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여기에 일선 학교장을 포함한 기관장 공모제를 확대 시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각 시도교육청은 기관장 공모제를 점차 확대 시행하여 나갔다. 그러나 그 당시만 하더라도 공모제가 익숙하지 않아 거의 형식적이었으며 지침을 시행하기 위한 흉내 내기에 급급하였을 뿐이었다. 

 

김대중 정부 이후의 모든 정부에서도 기관장 공모제는 일반 행정과 교육행정에 두루 걸쳐 점차 확대 시행해 왔다. 특히 교육계에선 초기에 학교장 공모제를 확대 시행해 왔는데 전교조는 그것을 ‘교장 정년 연장이 수단’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여 왔다. 그동안은 주로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되었으며, 이해찬 장관 시절부터 변화된 교원 정책에 따라 일찍 교장이 된 사람들이 정년을 남기고 중임을 한 경우가 있어 공모제를 통해 남은 임기 동안 교장을 더 하고 정년퇴직을 하게 하는데 활용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기관장 공모제 확대는 점차 직할 사업소(이를테면 교육청의 경우 연수원장, 과학교육원장, 등. 시․도청의 경우 의료원장, 평생교육원장, 등 각종 사업소)로 넓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체장들은 기관장 공모제가 마치 공정한 인사를 확대해 나간 것처럼 홍보해 왔다. 특히 시․도 교육청의 경우 일반 행정에서도 공모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감사담당관을 공모제 형식으로 뽑으므로 부정과 부패에 공정한 것처럼 홍보해 왔다. 

 

교육계에서 기관장 공모제가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된 시기는 흔히 말하는 좌파 교육감들이 전국의 거의 모든 교육청을 장악한 뒤부터였다. 그들은 교육청의 직할 기관장인 연수원장 등을 넘어 본청의 감사담당관, 교육장, 학교장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그들이 그동안 비판하여 오던 공모제를 확대 시행해 갔다. 그런데 그 공모 임용된 기관장의 상당수가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원칙에 부합되었는가? 혹여 공정성을 상실한 내 편 심기에 급급하지 않았는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기도의 각종 의혹에서 공모제로 임용된 감사담당관이 제대로 감사를 수행하였느냐의 문제와 관련한 의문이 제기되었듯이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의 감사담당관은 공모제였는데 정치적으로 내 편들이었다. 결과는 뻔한 일이 아닐까? 공모제로 임명한 임명권자를 제대로 감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교조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일선 학교장 공모제는 거의 다 전교조 교사들의 승진 욕구를 채우는 자리로 만들어 버렸다. 전국적으로 전교조의 핵심교사들 다수가 공모제의 형식으로 학교장으로 임용되었다. 그것은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미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으나 절차상의 하자가 없어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 충남의 경우는 퇴직한 지 10년 정도 지난 사람을 교육연수원장에 공모 임용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때 선대 위원장을 한 사람이었다. 그것은 분명한 보은 인사였지만 공모의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 사실상 공모의 절차상의 문제는 공모의 공정성을 크게 담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모의 합리성을 정당화시켜주는 구실을 할 뿐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공모제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심사는 상당 부분 이미 짜 놓은 각본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모에 응모한 사람들도 대부분 그 사람들(?)이었으며, 설령 내 편이 아닌 사람이 공모에 응하여 추천되었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임용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공모제 심사에선 항상 2배수를 뽑아 추천하면 기관장이 낙점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관장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은 공모제 심사위원으로 추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내 편이 아닌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한 두 명 위촉되었다 하더라도 다수의 위원이 점수를 주기 때문에 의견이 반영되기가 지극히 어렵다. 그리고 내 편이 아닌 사람을 심사위원에서 배제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수차례 공모에 참여하였는데 한 번도 공모기관장이 되지 못했다. 그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과 경력이 있어 늘 2배수 안에는 들어가 있었지만 늘 낙선이었다. 낙선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파적으로 내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확신한다.

 

위의 이야기는 나의 경험과 관찰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을 포함한 전국의 시․도청과 시․도교육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장 공모제 시행 결과를 조사하여 분석해 보면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서로 논란의 여지가 많아 여기서 그 하나하나를 밝힐 필요도 밝힐 수도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자치단체장의 기관장 공모제는 정치적으로 ‘내 편 심기’와 ‘보은 인사’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이 공모제를 확대 시행하겠다고 할 때는 자기는 모든 정파를 떠나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는 도구로 활용하겠다고 했으나 막상 당선되고 나면 내 편 심기에 급급한 현실을 드러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장 공모제’는 여러 폐단이 있어 ‘공정성의 탈을 쓴 내 편 심기 수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관장 공모제 확대가 가져온 폐단은 또 있다. 공직자에게 상당한 허탈감을 준다. 공직자는 승진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다. 공직자에게 승진과 기관장은 선망의 자리이다. 공직자에게 승진은 업무 수행의 동기를 강화할 뿐 아니라 공직의 보람을 느끼게도 하며 책임 있고 능동적인 업무 수행의 촉매제 역할도 한다. 그런데 공모제로 기관장의 자리를 외부에서 충원하게 되고 특히 정파에 쏠리다 보니 허탈할 수밖에 없다. 30년 이상 공직에서 헌신한 공직자가 하루아침에 어공(어쩌다 공무원, 정무직, 일부 공모 기관장)의 수하 직원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공모된 기관장이 전문성과 경험이 크게 부족한 사람도 있어 논란이 된다. 지난 대선 전에 이재명 후보가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용하려다 실패한 일을 두고도 알 수 있다.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은 허탈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어공은 업무를 상당히 정치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직을 정치화시키는데 기여할 수밖에 없다. 일부의 기관장 공모에 청문회 제도가 있다고 하나 통과의례에 불과하였다. 

 

어떤 이들은 공직자의 정치화를 걱정한다. 공직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나의 승진과 자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래도 기관장이나 중요한 자리에 공직 관료를 임명하면 업무의 안전성과 책임성이 높아진다. 공직자는 신분의 보장을 받기 때문에 소신을 지킬 수 있다. 공모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관장의 창의적이고 변혁 지향적인 리더십을 강조한다. 맞는 말일 수 있다. 내부 승진제는 그런 점에서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시행되어 온 공모기관장의 그 창의적이고 변혁 지향적인 리더십이 어떤 방향으로 발휘되었느냐의 문제는 분석적으로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상당히 정치 편향적이었으며, 실적주의에 빠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창의성과 변혁 지향적인 리더십은 공직의 분위기와 단체장의 업무 방향성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내부 승진된 기관장은 오랜 공직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신 있는 변혁 지향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성실한 공직자가 대접을 받는 계기를 만들며 공직자의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또 공직의 정치화를 방지하는데도 공모제보다 그 기여할 수 있다. 모든 공직자를 정치에 줄서기 하게 할 수 없으며 설령 줄서기를 했다 하더라도 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공들이 많으면 정치적 기회주의와 줄서기를 조장한다. 지난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 부인의 시중을 들었다고 논란이 된 배씨 역시 어공이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어공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근에 와서 거의 모든 단체장들은 비서실장을 넘어 심지어 운전기사까지 어공으로 채웠다. 적어도 전에는 내부 승진과 인사를 통해 채워왔다.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폐해는 크다.

 

지방 선거의 열기가 점점 타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여러 공약을 내세우며 자기가 당선되면 인사를 공정하게 하겠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 중에 ‘기관장 공모제’가 있다. 어느 교육감 후보는 자기가 당선되면 ‘기관장 공모제’를 대대적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했다. 공모제, 천거제 등은 겉으로 보기엔 민주와 민의를 반영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우연의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은 승진제보다 훨씬 크다. 그 우연의 변수에 ‘내 사람 심기’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관장 공모제는 그 얼굴만큼 공정하지 못한 “공정의 얼굴을 한 불공정”인 경우가 너무 많았다. 따라서 기관장 공모제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은 “공정의 가면을 쓴 기관장 공모제”의 야만적 얼굴을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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