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고=신재환 기자] 대법원이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대립 단체의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반대 입장을 알리는 활동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의 사건은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이던 피고인이 지주협의회 회장이 게시한 현수막을 떼어낸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이를 지주협의회의 홍보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고, 원심은 현수막 게시가 지주협의회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보았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란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기초해 계속적으로 수행되는 사무나 사업을 뜻한다. 단순히 일회적·일시적으로 현수막을 걸어 의견을 알리는 행위는 이러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비록 현수막 설치가 일회적이라도 본래의 업무 수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나 업무의 계속성 속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업무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의 경우 지주협의회의 활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으로서의 업무라기보다는 의견 개진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있는 만큼, 상반된 의견을 단순히 방해하거나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행위까지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주협의회 홍보 활동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재개발·재건축 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의견 표명 행위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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