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의회 ‘의장 자리’에 멈춘 17만 구민의 의회- 민주당 “규정대로 표결” vs 국민의힘 “사전 합의 먼저”…두 달 넘게 평행선
- 본회의 불참·무효표·후보 고수 반복…여야 모두 ‘정상화’ 말하면서 책임은 상대방에
[대전=뉴스파고 금기양 기자] 대전 대덕구의회가 두 달 넘게 의장단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석씩 정확히 맞선 가운데 양측 모두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지만, 정작 의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타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 227개 기초의회 가운데 의장단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은 대덕구의회와 경기 남양주시의회 두 곳뿐이다. 대덕구의회가 전국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 파행에 빠졌다는 의미다.
문제의 출발점은 의장직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다. 민주당은 의장 선출은 의회 규정에 따른 본회의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최다선인 서미경 의원을 의장 후보로 내세웠고, 국민의힘도 후보를 등록해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실제 앞선 표결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찬성 4표, 무효 4표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사전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4 대 4 동수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를 그대로 표결에 부치면 사실상 결과가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며, 여야가 의장단 배분 등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민주당 소속 구청장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각각 일정한 논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논리가 두 달 넘는 의회 공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민주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은 ‘규정에 따른 표결’을 강조하지만, 4 대 4 동수라는 정치적 현실에서 상대 당과의 협의 없이 기존 후보를 중심으로 표결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의회 운영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력 역시 다수당 여부와 별개로 요구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사전 합의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본회의 출석이나 표결 참여를 거부하는 방식이 장기화되면 의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실제 그동안 일부 본회의가 의원 불참으로 무산됐고, 출석한 본회의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대한 찬성 4표와 무효 4표가 반복됐다. 결국 양측 모두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는 데 집중하면서 원 구성 자체가 멈춰 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피해가 여야 의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 구성 지연으로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심의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집행부의 각종 사업과 주민 생활과 관련된 안건 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월 들어서도 대덕구의회가 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면서 김찬술 대덕구청장까지 의회 정상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청소년센터 직원 급여 체불 우려까지 제기되는 등 의회 파행이 민생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정비 문제도 여야 모두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대덕구의회 의원들은 의회 기능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도 의정비와 월정수당을 지급받았다. 1인당 월 지급액은 의정활동비 150만 원과 월정수당 약 306만 9천원 등 세전 456만 9천원 수준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의정비 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책임을 인정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파행의 책임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역시 의정비 수령 자체를 문제 삼는 여론을 피하려면 하루빨리 본회의에 참여해 정상화의 실마리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가운데 어느 한쪽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규정과 표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동수 의회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은 ‘사전 합의’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의회라는 제도 안에서 표결에 참여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지금 대덕구의회에 필요한 것은 ‘누가 의장이 되느냐’보다 ‘언제 의회를 정상화하느냐’다. 의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벌이는 주도권 싸움이 길어질수록 정치적 손실보다 먼저 커지는 것은 구민들의 행정적 불편이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원칙도, 의회 규정에 따라 표결해야 한다는 원칙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 원칙들이 의회 자체를 멈춰 세우는 명분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추석을 앞둔 지금 여야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는 기자회견을 한 차례 더 여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고,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참여할 조건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리고 여야 8명 의원 모두가 구민 앞에서 합의 내용을 공개하고 표결에 나서는 것이 해법이다.
두 달 넘게 멈춘 대덕구의회의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의 책임’도, ‘국민의힘의 책임’도 아니다. 여야가 모두 의회 정상화보다 당의 입장과 의장직 확보를 앞세운 데 있다.
17만 대덕구민이 원하는 것은 어느 당이 의장 자리를 차지했는지가 아니다. 이제는 의회가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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