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탐방] 경남 남해군 삼동면 '우리식당'반백년 이어져 온 놓치지 말아야 할 고향의 맛
갈치찌개, 갈치구이, 갈치회무침, 멸치회무침, 멸치쌈밥'
[뉴스파고=김영애 기자] 그저 평범한 식당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2023년 여름이 거의 지나가고 있을 즈음 이 집을 방문했을 때, 점심시간이 좀 안 된 시간인데도 연신 들어오는 손님들로 붐볐다.
이 집 대표메뉴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멸치와 갈치라고 한다. 메뉴판을 보니 갈치찌개, 갈치구이, 갈치회무침, 멸치회무침, 멸치쌈밥 이렇게 족보가 “치”자 돌림이다. 멸치 쌈과 멸치무침을 시켜 먹었다.
우리만 맛있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미 다녀간 손님들이 빽빽이 적어둔 쪽지가 한국어와 한자 시구(漢字詩句), 영어에 이르기까지 온 식당에 도배돼 있었다.
이곳은 경남 남해군 삼동면사무소 소재지인 지족리에 있는 ‘우리식당’으로 넓지 않은 공간에 사장님 부부와 직원 1명, 이렇게 3명이 일하고 있었다.
보통 남해를 ‘남쪽 바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그런, 동경하는 지역으로서의 이름값을 하는 남해군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게다가 몇 년 뒤에는 아름다운 밤바다로 유명한 여수와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불과 10분대로 왕래가 가능한 날이 다가온다고 한다.
이렇게 맛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사장님은 서리서리 묻어 둔 50년을 꺼내신다.
스물일곱에 식당을 시작했고 지금은 일흔일곱이라고 한다. 처음 자신만의 비법으로 멸치조림과 상치쌈밥을 개발했고, 반 백년 동안 꾸준히 손님으로 오시는 분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멸치 쌈밥을 하게 된 계기를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래전 남해에서 멸치가 지천으로 났을 때, 이를 활용할 좋은 게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옛날 어른들이 생멸치로 반찬을 만들어 상치로 쌈을 싸서 먹던 기억이 나서 응용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요리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쌈으로 먹는 멸치조림에 뭘 넣는지 물어보니 비법이라 하면서도 스스럼없이 가르쳐 주신다. 우선 그날 가져오는 싱싱한 멸치가 기본이고, 미리 끓여 놓은 육수에 고사리, 고구마 줄기 등 많은 채소를 넣고 정성껏 끓인다고 한다.
77세이신 사장님이 27세부터 반세기 동안 계속하며 발전을 거듭해 온 꾸준함과 함께, 꾸준히 이어온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그 따뜻함 또한 사람들이 다시 찾는 비결이 아닌가 한다.
일 년에 한 번, 또는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고향(남해)을 찾는 손님들이 여기 와서 식사하지 않으면 고향을 다녀간 것 같지 않다고 한단다.
지금은 고향이 변하고 아는 친구도 많이 사라졌지만 예부터 먹어오던 이 식당이 있어 옛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좋아하시니 지금은 일흔일곱이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남해사람들은 고향의 맛을, 도시에서 오신 분들은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맛이기에 한 번 오신 분들은 꾸준히 찾아주시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손님이 많이 오시는 날에는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한다.
“남해 하면 저를 먼저 (우리식당을) 떠올리시는 분이 계시다 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저희를 아껴 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답하도록 매일 신선한 음식으로 정성껏 마련하겠다”고 하시는 사장님 입가에 번지는 소녀 같은 미소가 죽방렴 너머로 지는 노을에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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