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 감추고 "나무 쓰러진 천재지변"… 한전 천안지사, 정전원인 은폐 의혹무성한 나뭇가지가 특고압선 접촉해 수만 마리 폐사…피해자 "한전, 관리부실 감추려 '천재지변' 주장"
[뉴스파고=한광수 기자] 한국전력공사 천안지사(지사장 김승범)가 수목 관리 소홀로 발생한 배전선로 정전사고를 '폭우에 따른 천재지변'으로 돌리며 피해보상을 거부해 농가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한전은 사고 원인을 "나무가 쓰러진 탓"이라고 설명했으나 현장 확인 결과 거짓으로 드러나, 관리 부실 책임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천안시 풍세면 일대에 갑작스러운 정전이 닥친 시간은 지난 7월 9일 새벽 1시 29분쯤이다. 한전 천안지사가 피해 농가에 발송한 공문에는 풍세면 삼태리 인근 야산의 수목이 쓰러져 특고압선에 접촉하는 바람에 정전이 일어났다고 적혀 있다. 해당 사고로 인근 농가와 주택 등 10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가 약 2시간 20분이 지난 새벽 3시 47분쯤에야 겨우 복구가 완료됐다.
문제는 한밤중 발생한 정전의 여파가 치명적이었다는 점이다. 무더위 속에서 전기가 끊기자 농장 내부의 환풍기와 선풍기가 일제히 멈춰 섰고, 축사 안에서 사육 중이던 수만 마리의 메추리가 집단 폐사했다. 게다가 전력이 다시 공급되는 과정에서 전압 과부하가 걸렸는지 농가 내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환풍 시설까지 잇따라 고장 나면서 총 1억 수천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전 측은 기본공급약관 제49조 등을 들이밀며 "자연재해처럼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정전은 손해배상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기계적인 답변만 내놓고 보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한전 측의 해명과 실제 현장의 실상은 완전히 상반됐다. 사고 직후 한전 직원은 전화 통화로 "폭우에 나무가 쓰러져 선로를 덮쳐서 발생한 사고"라고 해명했으나, 정작 기자가 찾아간 현장 어디에도 쓰러지거나 뿌리째 뽑힌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전선 높이에 걸려 있던 무성한 나뭇가지들만 일부 잘려 나간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결국 천재지변으로 나무가 고꾸라진 게 아니라, 평소 전지 작업을 안 해 전선까지 뻗어 나온 나뭇가지가 비를 맞아 누전을 일으켰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에도 유사한 정전사고로 큰 피해를 보았던 농장 관계자는 현장을 찾은 한전 직원들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농장 관계자는 "내가 그때는 그냥 넘어간 게 앞으로 그럼 나무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 내가 그 부탁을 했다.. 근데 올해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고, 그렇다면 (이번 정전은) 한전에서 나무 관리를 하지 않은데 따른 관리부실로 인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에도 전선과 맞닿은 나뭇가지에서 빗물이 흘러들어 정전이 됐을 때 신신당부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한전이 1년 동안 손을 놓고 방치하다가 똑같은 인재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한전 내부의 배전선로 관리 규정에 따르더라도 피복이 입혀진 전선은 주변 수목과 최소 0.6미터 이상(절연체가 없는 전선의 경우 2미터 이상)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천안지사는 수목 전지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작 사고구간의 가지치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결국 비를 머금은 나뭇가지가 특고압선에 지속적으로 닿으면서 고장 전류가 흘렀고, 시스템 확대를 막기 위해 분기 선로의 자동 차단 장치(COS 휴즈)가 떨어지며 대규모 정전으로 번진 셈이다.
피해 농가 측은 "이것 정전피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명백한 행정 편의주의적 관리 부실인 만큼, 법적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한전의 과실 책임을 끝까지 규명하고 피해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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