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고=한광수 기자]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12조 원을 돌파했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조 2,000억 원은 향후 10년 동안 사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융기관에 맡긴 적립금 중 1조 6,000억 원 이상은 평균 예금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로 예치되어 있는 등 관리 부실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을, 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립 일반대 143교와 전문대 117교의 2025회계연도 누적 적립금은 총 12조 2,35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6,714억 원(5.8%) 늘어난 규모다.
각 대학이 제출한 적립금 운용계획서 27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적립금의 42.8%에 달하는 5조 2,409억 원이 '10년 이상 쓸 계획이 없는 돈'으로 분류됐다. 반면 3년 이내 사용 계획이 잡힌 금액은 2조 6,527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수원대(4,397억 원), 호남대(2,154억 원), 진주보건대(1,237억 원) 등은 3년 내 사용 계획을 0원으로 제출하고 사실상 전액을 10년 뒤로 미뤘다. 성균관대(71%), 동덕여대(70%), 영남대(59%), 계명대(55%) 등도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10년 뒤에 쓰겠다고 명시했으며, 적립금을 100억 원 이상 쌓아 두고도 3년 내 사용 계획이 전혀 없는 대학이 26곳에 달했다.
적립금 운용의 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예치 현황을 제출한 210개 대학의 예치 잔액 8조 3,300억 원 중 19.7%인 1조 6,430억 원이 가입 시점의 평균 예금금리(비교 기준 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묶여 있었다. 이러한 미달 예치금은 주거래은행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일반대의 경우 미달액 1조 1,720억 원 중 75%(8,728억 원)가 주거래은행에 예치된 상태였다.
한편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 중 이화여대, 수원대, 건국대 등 3개 대학은 교육부의 네 차례에 걸친 자료 요구에도 예치 명세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병도 의원은 “적립금은 학생과 대학의 미래를 위해 쌓아 두는 공적 재원임에도, 쌓는 자율만 누리고 사용 계획은 제대로 검증받지 않는 구조”라며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대학이 쌓아둔 재원 역시 학생들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지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