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명함’ 엄소영 의장 등 경찰 수사 전환… 선관위가 고발 대신 ‘수사 의뢰’ 택한 속사정

증거 영상에도 ‘수사 의뢰’ 그친 이유… 선관위 “명함 배부 매수 등 확정 곤란해 강제수사 필요”
한광수 기자 | 입력 : 2026/07/03 [14:39]

 

▲ ‘복수 명함’ 엄소영 의장 경찰 수사 전환… 선관위가 고발 대신 ‘수사 의뢰’ 택한 속사정  © 뉴스파고

 

[뉴스파고=한광수 기자] 지난 2일 제10대 천안시의회가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선출을 마치고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엄소영 의원(4선)을 둘러싼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공식 수사단계로 전환되면서 임기 초기부터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뉴스파고가 보도한 ‘동료 후보 명함 무단 배부’ 의혹과 관련해 엄소영 의장과 김선홍 충남도의원이 결국 경찰에 수사의뢰되면서, 천안시의회 전반기 원구성을 바라보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기간 중 천안의 한 야시장 행사장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천안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엄소영 후보가 현장에서 자신의 명함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구에 충남도의원으로 출마한 김선홍 후보의 명함까지 함께 묶어 유권자들에게 배포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나 후보자는 본인의 명함을 직접 배부해야 하며, 다른 후보자의 명함을 함께 배포하는 이른바 ‘복수 명함 배부’ 행위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 당시 현장 녹화 영상 등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전격 조사에 착수했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지난달 24일 사법당국에 공식 수사의뢰하면서 본격적인 사법 절차가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천안시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수사 의뢰 조치가 선관위 내부의 '선거범죄 조사 사무편람'을 근거로 상급기관 협의를 거쳐 엄격하게 결정된 사안임을 밝혔다.

 

선관위 내부 지침에 따르면 위법 정도가 중해 선거 공정을 해치거나 시정명령에 불응할 때, 혹은 확실한 증거 자료를 확보했을 때는 사법기관에 바로 '고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에 적용된 '수사 의뢰'는 고발에 상당하는 위법행위가 존재하더라도 위법 행위를 완전히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피의자의 부인 등으로 자체 조사를 계속 진행하기 어려울 때 취하는 조치다. 특히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추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될 때 수사의뢰를 진행한다.

 

취재진이 "현장 동영상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는데도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에 그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선관위 주무관은 "제출된 영상 자료만으로는 당시 불법 명함이 얼마나 많이 배부되었는지 전체적인 배부 매수나 규모를 선관위 차원에서 명확히 확정 짓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범죄 정황은 확인됐으나 구체적인 혐의입증과 규모 파악을 위해서는 경찰의 강제수사가 필수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상을 통해 최소 한 건의 명백한 복수 배부 행위가 입증된 만큼 수사기관에 가면 기소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전체적인 배포 양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의 형량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법기관의 강제수사를 받아야 하는 엄소영 의원이 지난 2일 열린 천안시의회 제289회 임시회에서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엄 의장은 재적의원 29표 중 24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시의회 수장 자리에 올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된 피조사자 신분의 의원을 천안시민을 대표하는 의장으로 선출한 것은 시의회의 도덕성 불감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여야가 ‘상생과 협치’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자격 논란을 덮고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엄소영 의장은 당선소감을 통해 “영광보다는 청렴하고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통과 상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법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엄 의장의 이러한 다짐은 빛이 바래게 됐다.

 

시민들은 향후 경찰 수사결과와 기소 여부에 따라 천안시의회가 극심한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수사를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거나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전반기 시작부터 의장 퇴진 압박과 원구성 재배치 등의 요구로 인한 대혼란이 예상되며, 지방선거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출발한 제10대 천안시의회가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사결과에 따른 철저한 책임 정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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