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갔다가 조금은 낯선 경험을 했다. 평소라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바일 탑승권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해킹 문제로 모바일 티켓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종이 탑승권을 발급받아 비행기에 올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일이 이제는 불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작은 불편함조차 견디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을까?
지금 전 세계는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AI가 업무를 대신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해 준다고 한다. 기업은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처럼 이야기하고, 개인은 AI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AI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우리 사회가 AI의 가능성에 지나치게 열광한 나머지,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오히려 인간의 기본적인 역량이다. AI가 업무를 대신할수록 사람의 경쟁력은 단순한 업무 처리 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소통 능력, 다른 사람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능력, 수많은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 그리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리더십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다. 최근 기업들이 다시 소통과 협업, 공감과 리더십 같은 이른바 '휴먼 스킬'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걱정스러운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이다.
편리함은 익숙함을 만들고, 익숙함은 때로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작은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검색하지 않으면 답을 찾지 못하고, AI가 제시한 답을 스스로 검증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AI가 우리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판단까지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우리는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에 의존하고 끌려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진정한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AI의 정신적 지배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스스로 질문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결정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기술이 내놓은 답을 나의 생각이라고 믿게 되는 것, 바로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더 빠르고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일만은 아니다.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경험,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 사람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노력, 기술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지켜야 한다. 종이 탑승권 한 장이 모바일 티켓보다 우수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편리한 기술을 사용하되 그것이 작동하지 않을 때도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지, 인간이 기술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도 어떤 선택이 더 인간다운 것인지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질 수는 없다. 나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AI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우리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 많은 기술을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앞선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사람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가치가 작아지는 사회가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가치가 더욱 커지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AI 시대의 진정한 미래라고 믿는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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