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낙엽의 길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6/06/17 [12:21]

  © 김영애 시인



낙엽의 길

 

 

그 잎은 높은 곳이 제 자리인 줄 알았다. 햇빛은 먼저 등에 닿았고, 바람은 먼저 몸을 흔들었다.

아래의 흙과 돌을 내려다보며 그는 스스로 높은 줄 알았다. 어느날 바람이 세게 불었고 그때

그의 이름은 낙엽이 되었다. 낙엽은 생각했다. 누군가가 제 높이를 빼앗아 갔다고,

 

그 곁에 돌 하나가 있었다. 돌은 처음부터 땅에 있었다. 비에 젖고 햇볕에 뜨거워지고

발길에 닳으며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돌이 말했다. 높은 것만 좋은 게 아니란다.

나는 낮은 곳에서 구르고 닳지만, 때로는 징검다리가 되어 사람을 건너게 하고, 

때로는 약속의 징표가 되어 오래 기억되기도 한단다.

 

낙엽은 그제야 생각했다. 그동안 누렸던 햇빛, 지나온 바람, 한 계절의 하늘을,

이제는 흙이되어 뿌리를 따뜻하게 덮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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