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시] 호박전

김영애 시인 | 입력 : 2026/06/04 [10:00]

  © 김영애 시인

 

호박전

 

호박을 얇게 썬다

남은 꼭다리 하나

버리려다 손이 멈춘다.

 

오래전 여고 때 

가사실습 시간이 떠올랐다.

 

식용유가 흔하지 않던 그때

호박 꼭다리에 기름을 묻혀

프라이팬을 닦고 전을 부쳤다.

 

그날 실습 시간

한 통 가득 식용유 통을 보고

부어 쓰다가 선생님께 야단 맞던 일

빗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너거 집에서는 조금식 묻혀 쓰면서

남의 거라고 펑펑 써서 되겠냐 던

 

비 오는 날

호박전보다 먼저

한 시절 검소함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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