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에서

자운영 | 입력 : 2014/04/17 [22:34]
당신들의 무인도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봄은 이리도 빨리 왔는데
여기저기 꽃은 피어났는데
밤은 이리도 깊어 가는데
아직 병풍도 바다에는
수많은 꽃으로 피어날  290여명의 우리 아이들이
깊은 바다 속에 갇혔습니다.
 
꿈을 실었던 거대한 배가 기울기 전에
우리 사는 이 땅의 희망과 믿음이
먼저 좌초되고 가라앉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그리운 남쪽 아침바다
구명이 가로막히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공포
영문도 모른 채 붉은 조끼를 입고서
두려움에 떨었던 아이들
모든 희망이 기울어지는 순간
무엇을 생각해야 했을까요
“어머니 사랑해요. 물이 고여요”
“배가 기울어집니다”
“사랑한다 아들아!”

그러나 어른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보다 더 아득한 갑판
선장이 먼저 나부터 살겠다고 뛰어내릴 때
단 한명도 더 구하려던 천사는
필사적이었습니다
어버이들은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이 밤 새고 날이 밝으면
더 많은 우리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구조되기를
 
전설이 피어난다는 볼매섬
아침바다를 가르는 진도 어부들의
구조선적들은 숨가쁜 전투를 벌였습니다
역사의 미명, 그 깊은 어지러움

우리들은 여전히 선진강국의 문턱에서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 날마다 걷고 있는데
이 혹독한 가름과 격리와
비통한 한숨을 토해내다 마침내
하고 싶지 않은 선택에 내밀리는 사람들
왜 너희들이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매몰찬 강요와 따돌림으로
얼마나 벼량 끝으로 내몰렸는지를
물고기가 결코 눈을 감지 않듯이
늘 깨어 있으라고
어머니들은 그렇게 한 밤을 지새워 기원했다

한도 절망도 아직은 모르는
290여명의 우리 아이들
다시 눈을 떠 하늘의 별이 되거라

흐르고 흘러 그 맑은 영혼들이여
어딘가에 있다는
꿈과 희망이 꽃처럼 흐드러진
이어도로 흘러가거라 하여 돌아오거라

이제 생각하니 이 잘난 시대
사람이 없는 무인도가 우리 세월이었구나
살아있어라 오월의 꽃처럼 살아야 한다
물고기의 등을 타고
제발 연꽃처럼 떠오르거라

이제 항로를 바꿔야한다
재난의 주범은 안일한 자본주의
철저한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회
그 모두가 암초덩어리였구나
망연히 바라본 우리들이 죄인이구나
책임은 없고 어이없는 사과만 재탕하는
진실의 힘을 잃은 세상
대한민국의 정문은 이미 불타버렸는가

그러나
진도바다는 언제나 기적의 바다였다
울두목 거센 물결에 구국의 의기가
필사즉생으로 펄럭거리던 명량대첩처럼
우리는 죽음과 무관심을
반드시 물리칠 것을 믿는다
너희는 우리의 어제
우리의 뜨거운 미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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