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안전불감 도마 위… 붕괴 위험 사유건물 5년 넘도록 ‘무대책 퇴거 독려’만

재난안전법상 강제 집행 가능한 ‘행정대집행’ 규정 두고도 “민간 건물이라 법적 강제력 없다” 허위 해명
법정 필수 기재 사항인 ‘안전조치 이행 기한’도 누락한 채 불법 공문 수십 차
한광수 기자 | 입력 : 2026/05/26 [14:58]

 

▲ 천안시 안전 불감 행정 도마 위… 붕괴 위험 사유건물 5년 넘도록 ‘무대책 퇴거 독려’만     ©

 

[뉴스파고=한광수 기자] 천안시가 붕괴 위험성이 발견되어 정밀 안전진단 결과 최고 위험 수준인 이른바 E등급(위험성 상존) 판정을 받은 관내 민간 집합건물에 대해 5년이 넘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허울뿐인 퇴거명령 공문만 무기한 남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과 책임자인 부서 과장은 관련 법령에 엄연히 명시된 강제 퇴거 및 위험 해소 조치 권한인 ‘행정대집행’ 규정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사유재산이라는 핑계를 대며 발을 빼는 등 극도의 안일함과 무능 행정의 극치를 보여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26일 천안시청 안전총괄과 및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시 대흥동 165 일원에 위치한 한 민간 집합건물은 지난 2020년 최초로 재난 위험요소가 발견되어 안전조치(사용금지) 공고와 함께 건물주에게는 퇴거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해당 건물은 중대한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어 안전등급상 위험성이 최고로 높은 단계인 E등급으로 지정( A등급: 안전도가 우수한 경우 B등급: 안전도가 양호한 경우 C등급: 안전도가 보통인 경우 D등급: 안전도가 미흡한 경우 E등급: 안전도가 불량한 경우)됐으나, 최초 명령 이후 무려 6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전체 30세대 중 4세대가 퇴거를 거부한 채 1층 등지에서 옷장사 등 생업을 이어가며 버젓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처럼 시민의 소중한 목숨과 안전이 직결된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감독하고 강제해야 할 천안시 안전총괄과의 행정대응이 지나치게 안일하고 초법적이라는 점이다.

 

천안시 안전총괄과 담당자와 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책을 묻는 질문에 “강제적으로 그분들을 내쫓을 수는 없다”며 “법적으로 과태료 부과 말고는 강제할 수 있는 조치나 대책이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제31조(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④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제1항제2호 또는 제3호에 따른 안전조치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여야 하는 자가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이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재난예방을 위하여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그 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여야 할 자를 갈음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거나 법령 미숙지에 따른 무능행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안전조치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재난 예방을 위하여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그 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자를 갈음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직접 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즉, 지자체장이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퇴거 및 폐쇄 조치를 단행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적 무기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천안시는 "사유재산인 민간 건물이라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핑계만 대며 5년 동안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직무를 유기해 온 셈이다.

 

천안시의 부실 행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행정기관이 재난안전법 시행규칙 별지 제11호 서식에 따라 발부해야 하는 공식 ‘안전조치명령서’에는 반드시 주무관청이 지정하는 명확한 ‘안전조치 이행 기한’을 적시하여 통보해야 한다.

 

즉 언제까지 위험구역에서 퇴거해야 하는지 법적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구속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시는 지난 5년 동안 분기별, 혹은 매달 수십 차례 퇴거 종용 공문을 발송하면서도 이 ‘이행 기한’을 단 한 번도 기재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유령 공문을 남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은 “저희는 따로 기간을 두지 않았고 법에도 기간을 정하는 규정 따위는 없다”고 단정적으로 거짓말을 했으나, 뒤늦게 법정 서식을 확인하고는 “잠깐 헷갈린 것 같다”며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 안전조치명령에는 이행기간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천안시는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더러 기간을 명시하는 규정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부서의 책임자인 장석진 천안시 안전총괄과장조차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른 채 담당자와 똑같은 논리로 일관하며 행정의 무책임함을 자인했다는 점이다.

 

장석진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 건물이면 강제성을 발동하겠는데 민간 사유 건물이라 저희가 강제로 퇴거를 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그분들이 살 데가 없고 여건이 안 되는데 어디로 내보낼 수가 있겠느냐”며 오히려 불법 점유자들의 생업 사정을 대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

 

장 과장은 재난안전법상의 행정대집행 권한을 인지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E등급인 경우에는 위험성은 있지만 당장 산사태가 나는 것처럼 그렇게 막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조치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사실상 행정대집행권을 발동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 무너질 위험이 있어 퇴거 명령을 내렸다"는 본인들의 행정 행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순된 주장이다.

 

만약 시의 주장대로 긴급하지 않다면 애초에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강력한 퇴거명령을 수십 번이나 내릴 이유가 없으며, 반대로 퇴거 명령을 내릴 만큼 위험하다면 당장 대집행을 검토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시의 유약한 조치 탓에 명령에 순응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이주한 다른 26세대 주민들만 바보로 만들었다는 형평성 논란까지 자초하고 있다.

 

천안시 안전 당국이 법령의 칼자루를 쥐고도 민간 사유지라는 장벽 뒤에 숨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식의 천하태평한 태도를 고수하는 사이, 대흥동 위험 건축물 아래를 지나는 수많은 천안 시민들과 잔류 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사원 감사 등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천안시 수뇌부의 즉각적인 인적 쇄신 및 강제 행정대집행 절차 착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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