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기이한 풍경 중 하나는 '혁신의 부재'가 '최고의 보상'으로 치환되는 모순이다. 특히 금융권,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은행원들이 누리는 고임금 체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된 기득권 구조에 안착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다.
은행업무의 상당 부분은 이미 디지털화되었으며, 냉정하게 말해 상당수 직무는 전문적이라기보다 정형화된, 즉 '대체 가능성이 높은' 성격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노동 생산성이나 혁신 기여도와 무관하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향유하는 것은, 그것이 실력의 대가가 아니라 진입장벽과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발생하는 '지대(Rent)'이기 때문이다.
더 기괴한 점은 이 지성적·경제적 정체 상태 위로 'AI', '디지털 전환', '혁신'이라는 화려한 수사들이 덧칠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로는 미래를 외치지만, 몸은 과거의 관행과 기득권의 단맛에 절여져 있는 이 괴리감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반혁신성'을 증명한다.
이러한 기형적 행태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점을 찍는다. 국민 대다수가 주거용 아파트를 실거주 공간이 아닌 투기와 투자자산으로 간주하며 집착하는 현상은, 혁신을 통해 부를 창출할 길을 잃어버린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역대 정권들은 표를 얻기 위해, 혹은 손쉬운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거품을 '우려먹으며' 이 집착을 부추겨 왔다.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야 할 자본이 시멘트 덩어리에 묶여버린 사이, 국가의 성장 동력은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렇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인구 절벽과 초저성장 기조는 이미 시작되었다. 혁신 없이 기득권 수호에만 골몰하는 시스템은 외부의 충격이 오기 전까지는 견고해 보이지만,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다.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는 고임금 구조와 실물 가치를 이탈한 부동산 거품은 결국 다음 세대에게 처참한 청구서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뿐인 AI'가 아니다. 지대 추구 행위를 혁신으로 포장하는 기만적 구조를 해체하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곳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상식의 복원'이다. 기득권의 안락함에 취해 나락으로 가는 열차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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