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는 거수기였나, 교육청은 불도저였나"…충남 농업계고 공동실습소 폐지, 절차 민주주의 실종'추가 의견수렴' 약속 스스로 뒤집은 충남도의회… "기습 상정·졸속 처리" 비판, 충남교육청, 현장 반대 외면한 채 '선 폐지, 후 대책'… 13년 교육 인프라 허무는 행정 폭주 논란
[공주=뉴스파고 금기양 기자] 13년간 충남 농업계 고등학생들의 실습교육과 지역사회 평생교육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충남 농업계고등학교 공동실습소가 충청남도의회와 충남도교육청의 졸속 행정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공동실습소의 존폐가 아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민주적 절차와 도민 의견 수렴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한 행정과 의회가 만든 대표적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의견 더 듣겠다"더니… 5개월 뒤 기습 상정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올 1월 해당 폐지 조례안을 심사하면서 "면밀한 검토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더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안건을 스스로 삭제했다. 당시 결정은 반대 여론이 적지 않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었다.그러나 이후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추가 공청회도, 공개 토론도, 충분한 의견수렴 결과 발표도 없었다. 오히려 수개월이 지난 뒤 사전 예고조차 없이 폐지안을 다시 상정해 통과시켰다.
스스로 "더 검토하겠다"고 했던 의회가 정작 무엇을 검토했고 누구의 의견을 들었는지 도민들은 알 길이 없다.
교육계에서는 "의회가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은 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설명 책임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민을 대신해 견제와 숙의를 해야 할 지방의회가 행정부 정책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도교육청의 일방통행… "현장은 안중에도 없었다" 충남교육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청은 공동실습소가 시대적 역할을 다했다며 폐지를 추진하고, AI 직업교육센터를 통해 미래 농업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과정이다. 농업계 교사와 학생, 학부모, 동창회, 농민단체, 지역 주민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과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들의 우려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된 채 행정 편의적 논리만 앞세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새로운 교육 체계가 완전히 구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존 인프라부터 없애는 방식은 교육 정책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대안은 미완성인데 기존 시설부터 없애는 전형적인 선 폐지, 후 대책 행정"이라고 꼬집고 있다.
학생 교육보다 보여주기 행정이 우선인가 공동실습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13년 동안 매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실습교육을 받고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한 충남 농업교육의 핵심 시설이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농촌 지역의 교육 거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럼에도 충분한 대체 방안과 사회적 합의 없이 폐지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지역사회의 교육 기반을 희생시키는 결정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AI 직업교육센터라는 미래 비전을 내세우기 위해 기존 교육 인프라를 서둘러 정리하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최첨단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초 농업기술과 현장 실습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절차를 무시한 민주주의는 신뢰를 잃는다 이번 공동실습소 폐지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시설을 없애느냐, 유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도교육청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현장의 의견을 존중했는지, 충남도의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며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의견수렴 부족을 이유로 안건을 삭제했던 의회가 충분한 설명 없이 다시 상정해 처리하고, 교육청은 반대 여론에도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지방자치와 지방교육행정이 지켜야 할 숙의 민주주의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은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 역시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22일 본회의에서 충남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찬반 표결이 아니다.
도의회가 도민의 대의기관인지, 행정의 통과의례에 불과한 조직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다. 13년간 충남 농업교육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공동실습소를 없애는 결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충분한 공론화와 현장 의견 수렴 없이 강행되는 폐지는 교육정책의 실패를 넘어, 충남도의회와 충남도교육청이 민주적 절차와 도민 신뢰를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충남농업계고등학교 공동실습소 폐교위기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