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늦춰진 대전 트램… 시민 신뢰마저 레일 위에 세워둘 것인가

개통 연기 반복되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예측도 책임도 없는 행정… “안전” 뒤에 숨은 계획 부실 돌아봐야
금기양 기자 | 입력 : 2026/06/23 [15:32]

 

 

 

 [대전=뉴스파고 금기양 기자]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또다시 개통 연기 수순에 들어갔다. 당초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던 사업은 이제 2030년 하반기 개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전시는 "안전 확보""완성도 높은 사업 추진"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것은 안전에 대한 안도감보다 행정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다.

 

트램은 이미 수년간 우여곡절을 겪어온 사업이다. 노선 방식 변경, 차량 방식 논란, 사업비 증가, 착공 지연에 이어 이제는 개통 연기까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제시된 연기 사유들이 과연 지금에서야 발견될 문제였느냐는 점이다. 대전시는 이번 사업계획 변경의 주요 이유로 서대전 지하차도 구간의 토지 보상 지연과 차량 시운전 계획 변경을 들고 있다.

 

하지만 토지 보상 문제는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대상이다. 사업 초기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사안이다. 수용재결과 토지 인도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새로운 변수가 아니다.

 

차량 시운전 기간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례선 사례를 이제 와서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은 오히려 사업 준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첫 트램 사업들의 시행착오와 검증 과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됐던 부분이다. 개통을 불과 몇 년 앞둔 시점에 시운전 기간을 새롭게 산정했다는 것은 초기 계획의 신뢰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대전시가 시민들에게 제시했던 일정들이 번번이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사업은 단순히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이다.

 

일정과 예산은 행정의 신뢰를 상징하는 핵심 지표다. 그러나 트램 사업은 추진 단계마다 계획이 바뀌고, 설명은 사후적으로 뒤따르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대전시가 강조하는 "통합공정계획" 역시 시민 입장에서는 다소 허탈하게 들릴 수 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핵심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통합공정계획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립된다는 사실 자체가 의문이다.

 

착공 이후에야 전체 공정을 다시 점검하고 개통 시기를 재산정하겠다는 것은 사업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물론 대형 SOC 사업에서 일정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연기 자체가 아니라 예측 실패의 반복이다.

 

시민들은 개통이 1~2년 늦어지는 것보다 "이번 발표도 또 바뀌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더 크게 갖게 된다. 신뢰가 무너지면 향후 발표되는 어떤 일정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트램 공사로 인해 도심 곳곳은 이미 극심한 교통 불편과 상권 침체를 겪고 있다.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약속된 미래를 기대해 왔다. 그런데 그 미래가 계속 뒤로 밀린다면 불편을 감내할 이유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대전시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개통 시기를 다시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사업 초기 계획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 뒤에 계획 부실과 관리 실패가 숨어 있어서는 안 된다.

 

대전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대전의 미래 교통체계를 상징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획 변경과 일정 연기가 반복된다면 시민들에게 남는 것은 미래 비전이 아니라 행정 불신뿐이다트램이 달려야 할 레일 위에 먼저 세워져야 할 것은 차량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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