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 재무, 금융법 전공 교수 6인, 긴급 성명서 발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뉴스파고 | 입력 : 2014/02/23 [16:31]

[성명서 전문]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제, 금융, 재무, 금융법 전공 교수 6인, 긴급 성명서 발표
이런 저런 핑계로 금융개혁을 무산시켜서는 안돼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금융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금융위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 설치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 높여야


신뢰의 상징이어야 할 금융이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곧 망할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후순위채를 팔아도 그만이고, 곧 망할 동양그룹이 고객에게 계열사 CP를 떠 넘겨도 그만이다. 대통령의 개인 신용정보까지 유출되는 나라에서 도대체 금융이 설 땅이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금융에 신뢰는 간 곳 없고, 우리나라 정책담당자의 뇌리에 금융소비자 보호는 공염불이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금융환경을 숙명처럼 안고 살 것인가. 언제까지 금융산업이 정보서비스의 생산 기지가 아니라 이권의 쟁탈장이 되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금융기관 영업에 도용되는 것을 강건너 불 보듯 쳐다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언제까지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위기의 방파제가 아니라 위기의 진원지가 되어야 하는가.

이제는 우리도 제대로 된 금융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고, 기업은 제 값을 치르고 신용을 공급받을 수 있으며, 금융시장은 위험을 분산하고 질 좋은 정보를 거래할 수 있는 장터가 되어야 한다.


이런 금융시스템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좋은 금융감독기구가 끊임없이 금융시장을 살펴보면서 모자라는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 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해 좋은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의 감독기구가 기형적이고, 비효율적이고, 불신과 이권추구의 온상이라고 감히 진단한다. 그리고 그동안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모로 고민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이 문제의 해법을 고민했던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첫째,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은 분리해야 한다. 한 사람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작동하면 자동차를 제대로 운전할 수 없고 결국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신용카드사태가 이를 입증하였다.


둘째, 금융감독 중에서 건전성감독 기능과 행위규제 및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분리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망하는 것을 걱정하는 곳에서 시장의 투명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감독 강화를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부실 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판매, 동양그룹 사태와 개인정보유출사고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에 대한 감독은 통합해야 한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있는 세상에서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인을 모두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부적절한 논리를 앞세워 이런 보편적 공감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첫째, 금융산업정책이건, 금융감독이건 모두 관료가 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 감독만을 떼어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기구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 어떻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간에 견제와 균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둘째, 건전성 감독과 행위규제 및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하급 기능 차원에서는 분리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관료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금융감독원은 쪼갤 수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권한을 계속 금융위원회가 틀어쥐고 있는데 어떻게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이 높아지겠는가?


셋째,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을 통합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를 제대로 예방하는 것보다 법 개정 한번 절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결국 이런 논리는 모두 금융감독체계의 올바른 개편을 회피하기 위한 관료의,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논리일 뿐이다. 우리는 혹시라도 금융소비자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공약조차 관료들의 안중에 없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부조직법 개정 불가”, “행정처분은 오직 관료만이 가능”, “민간 기구는 시키는 일만 할 뿐 최종 결정은 관료가 하는 것”이라는 왜곡된 논리가 그 어떤 바람직한 개혁 논의도 무산시키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가 이 사실을 정확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벌써 1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는가. 개혁의 대상에게 개혁을 맡긴 후, 개혁은 저항에 밀리고 금융소비자의 불신과 눈물이 자리를 채워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집권 1년이 다가오는 지금이 감독체계 개편의 중대한 고비라고 생각한다. 금융소비자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 지금이 정치적 동력을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금 기득권에 밀려 개편을 못하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과 국회가 힘을 합쳐 상식과 그간의 경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체계를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시급히 개편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금융산업정책은 정부가 하되, 그 이외의 감독기능은 민간의 몫으로 돌려 금융감독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에 대한 감독을 통합하여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만들어 금융소비자 보호가 비로소 온전히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4. 2. 23.


윤석헌(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권영준(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전성인(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고동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찬(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빈기범(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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