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기각, 이유는 인용”… 대전지방법원 재판부,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한 모순 판결문합의부 3명 전자서명까지 하고 모순 방치… 기본적인 검토 절차도 안 거쳤나?
[뉴스파고=한광수 기자]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정선오 부장판사)가 징계처분 취소소송 판결에서 주문과 이유를 정반대 취지로 적시한 판결문을 송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원의 부실한 판결 검토 관행과 책임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천안지역의 한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가 2024년 7월 16일 원고에게 내린 ‘정직 1월’ 징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 20일 판결한 판결문에서, '피고가 2024. 7. 16. 원고에게 한 정직 1월의 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원고 패소를 선언하는 주문을 썼다.
하지만 판결이유에서는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는 모순된 판결문을 적었다. 내용에서는 ‘원고 승소’를 설명하면서도, 정작 동일한 판결문의 주문에서는 ‘원고 패소’로 뒤집어 버린 셈이 됐다. 이유의 내용도 인용취지였다는 것이 대리인의 설명이다.
판결문 하단에는 합의부 정00 재판장과 배석판사 유00 박00 등 세 명의 이름 옆에 ‘전자서명완료’ 표시가 찍혀 있다.
위 판사명부는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로 보이며, 재판장은 정0오, 판사는 유0형·박0원으로 추정된다.
한 문서 안에서 ‘기각’과 ‘인용’이 공존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다. 판사 세 명 모두가 판결문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서명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단순 오타 수준을 넘어, 재판부가 자기 판결의 기본 구조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법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한 변호사는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주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경정 없이 방치되면 서류상으로는 원고가 패소한 판결이 된다”며 “당사자는 항소 여부, 집행 가능성 등에서 심각한 혼란과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신속히 경정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원고 입장에서는 항소 여부 판단이나 집행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당사자가 경정신청을 해 법원의 의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전자소송이 확대된 이후에도 판결문 검증 절차가 허술할 경우, 단순 오기가 당사자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법률가도 “합의부 사건에서 판결문 초안 작성, 검토, 결재, 전자서명까지 최소 몇 단계를 거치는데, 그 모든 단계에서 아무도 모순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시스템 붕괴’에 가깝다”며 “법원이 스스로를 감시·통제하는 최소한의 내부 안전장치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징계취소 소송은 당사자의 명예와 생계, 직업적 미래가 직결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판결문을 이 정도로 허술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당사자를 한낱 서류 번호 정도로 보는 것 아니냐”는 냉소마저 들린다.
[대전지법 재판부 관계자는 보도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판부 내에 의견이 달랐던 부분이 있었고, 이 과정에 급하게 하다 보니 주문이 잘못 기재된 것 같다. 판결의 방향은 판결이유 등의 취지와 같은 '인용'이었는데 주문을 수정하지 못한 것으로, 현재 재판부에서 경정을 할지 여부를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파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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