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매관매직' 행위가 단순절차 위반인가?

한광수 기자 | 입력 : 2019/11/20 [14:44]

▲     © 뉴스파고


구본영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됨에 따라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공석이 된 시장보궐선거와 관련 '공천을 하지마라', '공천에 문제없다'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 96조2항에서 명시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정한 조문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등은 이 조문을 근거로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이번 사건은 부정한 뇌물이나 직권남용에 의한 부정부패 사건이 아니라,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반환함으로써 법적인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라며 단순 절차위반으로 반박하고 있다.

 

과연 단순한 절차위반일까?

 

본 기자는 지난 19일 [천안시장 보궐선거 '공천한다' VS '공천 말라'...판결문에는?] 제하의 기사에서 1심판결문을 근거로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인 2심판결문에서는 1심판결문보다 이번 사건의 부패성에 대해 보다더 구체이고도 적나라하게 명시하고 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  구본영 전 천안시장 2심판결문 일부   © 뉴스파고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 판사)는 지난 7월 26일 선고한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김00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치자금 2천만원을 교부받았다. 이는 후원금의 개인한도인 5백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고, 피고인의 후원계좌가 개설되기도 전에 위 금원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마땅히 이를 확인하는 즉시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금원을 받은 사실을 후원회에 알리거나 전달조차 하지 않았고, 정치자금법에서 정한 적법처리기간 내에 이를 반환하지도 않았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한 피고인의 행위는 공직선거 및 정치활동에 대한 공정성·청렴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는 것으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피고인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여 돈을 수수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김00의 요구대로 김00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하여 주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김00으로부터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하지 않았다면 김00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하지 않았을 것인 바, 피고인이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그 기부자를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선임한 행위는 매관매직행위와 다를 바 없다.

 

정치인은 돈 관계에 있어 깨끗해야 하고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돈 관계에 있어 불투명할 뿐만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2천만 원을 스스럼없이 수수하는 모습을 보인 피고인으로서는 그에 따른 형사처벌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취임한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먼저, 재판부는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행위를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정의하여 그 죄가 중대한 범죄임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 재판부는 구 시장이 처음보는 사람으로부터 2천만원의 돈을 스스럼없이 수수했다고 밝히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김00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선임했다"고 밝히면서, "매관매직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매관매직'이란 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는 부패방지권익위원회법에서 정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즉 부패행위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본영 전 시장의 범죄는 단순한 절차위반의 죄가 아니고, '부정부패 사건'이며, '중대한 범죄'가 되기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무공천 요건으로 정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과 정확히 일치한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이러한 판결문을 보고도, 구본영 전 시장의 범죄가 단순 절차 위반으로 무공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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